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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차를 넘어 : 아이들의 오늘을 말하다] 2. 신미희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 과장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아동은 내일의 희망이기 전에 오늘을 살아가는 권리의 주체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일상 곳곳에서 누려야 할 기회를 잃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서 멀어져 있다. 베이비뉴스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옹호팀과 함께 11월 아동권리주간을 맞아 아동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격차를 짚어보고, 모든 아동이 존중받고 행복한 사회를 향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변화를 이야기하는 기획연재 〈격차를 넘어 : 아이들의 오늘을 말하다〉를 전개한다.
 이제 아동 건강을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닌 ‘권리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베이비뉴스
아동의 건강은 개인의 습관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부모의 경제력, 거주 지역, 장애 여부 등 사회적 요인이 건강의 출발선을 가른다. 같은 또래라 하더라도 어떤 아이는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체육 활동을 누리는 반면, 어떤 아이는 영양 결핍과 돌봄의 공백 속에 놓인다. 장애 아동은 재활치료에 접근하는 과정에서조차 차별을 겪고, 농어촌 지역의 아동은 도시 아동에 비해 전문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이러한 현실은 수치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통계로 본 건강불평등(2020)」에 따르면 아동의 비만율은 소득 하위 가정이 상위 가정보다 약 1.5배 높았고,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미충족 의료율’은 읍면 지역 아동이 도시 아동보다 약 두 배에 달했다. 강원도 삼척에 거주하는 굿네이버스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조은성 아동은 “병원이나 상담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친구들이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힘들어도 치료받기까지 너무 멀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치료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환경이 아이들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처한 조건이 만들어낸 구조적 결과다. 경제적 어려움과 돌봄의 공백이 겹칠수록 건강의 격차는 더 깊어지고, 결국 그 무게는 가장 취약한 아동에게 집중된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아동이 성장하는 모든 과정의 기초다. 신체적으로 취약한 아이는 학업과 사회 활동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아동은 또래 관계에서 배제되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자립의 기반을 잃는다. 건강의 불평등은 단순한 ‘차이’를 넘어 아동의 성장 과정을 갈라놓는다. 그 결과는 성인기 이후에도 이어져, 사회 전체의 불평등 구조를 되풀이하게 만든다.
이제 아동 건강을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닌 ‘권리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모든 아동은 어떠한 차별도 없이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현실에서 건강의 출발선은 여전히 부모의 소득과 거주지, 장애 여부에 따라 다르다. 이 격차를 좁히는 일은 시혜나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모든 아동이 건강할 권리를 가진다면, 이제 그 권리가 일상 속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아이들이 어디에 살든, 어떤 환경에 있든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정신건강 돌봄 등 기본적인 건강 서비스를 동등하게 보장받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건강은 몸의 상태를 넘어 마음의 안녕까지 포함한다. 우울과 불안은 일부 아동의 어려움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아동이 겪는 현실이다.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상담·치료를 통해 마음의 건강을 함께 지켜주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아동의 건강 격차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의 몫으로 남겨둘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출발선조차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있다. 모든 아동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누릴 수 있는 사회, 그것이 곧 아동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다. 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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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신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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