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에는 어떤 동물이 살까요?
홍명희 육아플래너
최근 심리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양육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검사는 성격유형검사와 자녀의 기질검사입니다. 검사 종류가 다양해지고 무료검사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대부분의 양육자들이 자녀의 기질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성격유형이나 기질검사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검사를 통해 양육자의 기질과 자녀 기질의 유사점이나 차이점을 알아보고 특정 상황에서 나타나는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려는 목적일 것입니다. 이러한 검사들은 표면적으로 수치가 드러나고 기본해석 가이드가 제공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내용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전문가의 해석이나 소견을 듣지 않으면 자의적 해석으로 이어져 양육자가 수용하고 싶은 부분만 수용하게 되어 오히려 자녀의 전체적인 부분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리검사가 아니더라도 자녀의 타고난 기질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가 될 만한 그림책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그림책은 자녀의 성향을 동물들의 특성에 빗대어 표현하는 동시에 행동의 원인과 더불어 자녀와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핵심 가이드를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양육자 자신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녀를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그림책에는 고양이, 물고기, 모기, 토끼, 사자, 도마뱀, 두더지, 뱀장어 등의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동물은 각자 고유한 특성이 있어서 자신의 특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동물로 바꿀 수 없습니다. 거북이가 제아무리 서두르고 애를 써도 토끼처럼 쉬지 않고 바쁘게 뛰어다닐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존재의 고유성을 존중하며 바라본다면 양육자로서 어떤 양육태도로 자녀를 만나야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뱀장어같이 내 손에 잡히지 않고 접촉을 불편하게 여기는 자녀라면 부모가 아무리 뽀뽀하고 안아주고 싶어도 조금은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뱀장어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적정한 거리를 두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아이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껴서 상대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숭이의 기질을 가진 부모에게서 곰의 기질을 가진 자녀가 나올 수가 있고, 같은 원숭이 기질을 가진 자녀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기질이 유사하고 차이가 있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질이 유사해도 갈등이 생기고 차이가 있어도 갈등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단지 부모의 기질이 자녀에게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고, 자녀의 기질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갈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우리 아이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성향을 조금씩 다 가지고 있네~’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하나로 설명될 수 없는 복합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상황이나 발달단계에 따라서 각각 다른 동물의 성향을 나타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부모님은 스스로를 떠올리며 자신의 어린 시절과 현재가 다른 기질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거북이가 토끼의 고유성을 탑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사회화를 위해 거북이 중에서 제일 빠르고 분주하며 서두르는 거북이는 될 수 있습니다.
양육자의 역할은 거북이가 토끼처럼 되지 않는다고 비난하지 않으면서 각각의 기질마다 자신을 조절하며 아이가 경험하는 작은 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림책에서는 사자아이가 가끔 으르렁거리게 놔두고, 두더지 아이가 땅을 파도록 내버려 두며, 곰 아이에게 그저 곁에 있어주면 된다고 말합니다.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그림책을 통해 자녀의 기질을 이해하기 전에 양육자의 본질적인 기질에 주의를 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참고자료.
내 안에는 사자가 있어, 너는?. 그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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