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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부모도 기분좋은 원칙 연결 육아 ⑤>
김수려
M세대 부모들의 양육 멘터 닥터 베키의 “훈육 중심에서 연결 중심으로 바꾸는 양육 전략”을 다룬 책 <연결 육아>에 나온 양육의 원칙 중 몇 가지를 연재하려고 합니다.
<사실대로 말하기>
사실대로 말하기에는 네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자녀의 인식 인정하기, 자녀의 질문 존중하기, 내가 모르는 것 인정하기, 정확히 무엇이 아니라 그 방식에 집중하기
1. 자녀의 인식 인정하기
나는 아이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상황’일 때, 자주 이런 말로 시작합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났어. 네가 알아챈 게 맞아.”
이렇게 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이는 자기가 처한 환경을 깊이 감지하고 지각하는 사람입니다. 위험한 것과 무시할 만한 것, 안전한 것을 구별할 만큼 충분한 인생 경험을 쌓지 못했을 뿐입니다. 연구를 통해 아이가 어른보다 자기가 처한 환경의 세세한 부분을 더 많이 알아차린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종종 “우리 아이는 그걸 알아채기에는 너무 어려” 또는 “그 아이가 그걸 알아챌 리 없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주변 환경에서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면, 아이 또한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는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예리한 관찰자가 됩니다.
그래서 사실에 대해 명확하고 명료하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나는 종종 마음을 이렇게 다잡습니다. ‘일어난 사실만 말하자. 진실이 무엇인지 말하고, 더 보탤 건 없어.’ 이렇게 해서 나는 이 순간에 아이에게 필요한 것, 즉 부모라는 존재와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인식한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해 주면, 나중에 옳지 않은 상황을 마주한 자녀가 그것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준비시킬 것입니다. 게다가 자녀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신을 신뢰하게 됩니다. 자기 신뢰는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저절로 발달하지 않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리 몸에 갖춰지는 것입니다.
2. 자녀의 질문 존중하기 - 아이의 질문에는 사실로 답하라
질문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아이가 불편한 질문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성숙한’ 질문을 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엄마는 언제 죽나요?”, “아기는 어떻게 뱃속에 들어갔나요?”이러한 질문들 말입니다.
만약 당신이 여느 부모들과 같다면, 사실대로 말하기를 회피하거나 ‘내 아이는 이런 정보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라고 생각하고 싶을 것입니다. 내 생각은 이렇습니다. 아이가 이런 질문은 하기 시작하면, 대답을 들을 준비가 된 것입니다. 질문을 하려면 기본적인 지식과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죽음에 관해 묻는 아이는 이미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것입니다. 임신의 해부학적 세부 사항에 관해 묻는 아이는 이미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건지 생각해 본 것입니다. 질문하는 아이가 ‘이미’ 자신에게 생긴 감정이나 생각, 이미지들과 함께 혼자 남지 않으려면 답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우리 아이는 아직 준비가 안 됐어!’라고 생각하는 걸 멈추고, ‘준비됐든 아니든, 이미 기본은 돼 있는거야’라고 떠올립시다.
3. 부모도 모른다는 것 말해 주기
때때로 부모는 자녀의 질문에 사실대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러고 싶어서가 아니라 답을 몰라서 그렇습니다. 모르면 모른다고 자녀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대로 말하기’ 원칙의 중요한 반복입니다. 아이에게 미래를 안심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는 지금 이 순간에 지지받는다고 느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정답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고 외롭지 않아야 합니다. 이는 어른에게도 필요한 것이자 가능한 빨리 아이의 몸에 만들어 주고 싶은 회로입니다. 앞으로도 당신은 모든 질문에 답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고 만족감을 주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사례1>
“피 뽑는 게 겁나는구나. 피 뽑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아플지는 정확히 모르겠어. 엄마가 아는 건 아프겠지만 조금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거야. 엄마가 같이 있을게. 우리는 함께 이겨낼 거야.”
사례2>
“할머니 괜찮으실까? 다 나으실까?”
“좋은 질문이야. 엄마는 할머니가 나으시길 바라지만, 진짜로 나으실지는 알 수 없어. 엄마가 아는 건 힘들더라도 너한테 사실대로 말해 줄 거고, 네가 이 일로 실망하거나 슬퍼지면 엄마가 함께할 거라는 사실이야.”
4. 힘든 진실에 대비시키기
부모들은 어떻게 사실대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고민합니다. “아이에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이런 상황을 설명하는 완벽한 단어는 없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방식, 예를 들어 속도나 말투, 잠시 멈추기, 아이가 괜찮은지 확인하기, 등 쓰다듬기, “중요한 질문이야”또는 “우리가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어서 정말 기뻐”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 등의 전달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설령 ‘완벽한 문구’가 있다고 해도 차갑거나 거리감이 느껴지는 말투를 사용하거나 아이의 감정을 묻고 다독여 주지 낳는다면, 아이는 혼란스럽고 외롭고 감당하기 힘든 기분이 들 것입니다. 아이의 몸이 가장 크게 기억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 넘치는 부모라는 존재와 부모가 자녀의 경험에 기울여 준 관심입니다.
힘든 진실에 대해 말해야 한다면, 다가올 일에 아이가 대비하도록 준비하는 것부터 시작합시다. 눈을 맞추면서 천천히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엄마가 우리 모두 엄청나게 충격받을 일을 이야기하려고 해.”
그런 다음 심호흡하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몸은 안정되고, 아이에게는 힘든 순간에 당신한테서 이런 조절 능력을 ‘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그런 다음, 완곡한 표현이 아닌 실제 단어를 사용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설명하십시오. “할아버지는 더는 여기 안 계셔”라든가 “할아버지께서 오랫동안 주무시게 되었어”가 아니라, “할아버지께서 오늘 돌아가셨어. 죽는다는 건 몸이 활동을 멈춘다는 것을 뜻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힘든 진실을 전달한 후에는 잠시 멈추십시오. 정보를 더 건네기 전에 아이의 상태를 살펴보십시오.
“이런 이야기를 들어서 놀랐지? 네 마음은 때?”
“이 일로 슬퍼해도 돼. 엄마도 슬퍼.”
어쩌면 그냥 아이의 등에 손을 얹고 아이를 지지해 주는 눈길을 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녀가 말(“너무 슬퍼요”) 또는 감정(울기, 화난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면 그것을 수용하거나, 인정해 주거나, 그렇게 느껴도 된다고 응답하십시오.
만약 아이가 힘든 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한다면, 당신은 이렇게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건 매우 중요한 질문이야. 이제 말해줄 텐데, 어쩌면 마음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어. 하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빠가 네 곁에 있다는 거 잊지 마.”
때로는 부모 자신의 감정을 좀 더 가라앉히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질문이야. 아빠도 훌륭하게 대답하고 싶어. 다만 너랑 이 문제를 이야기하려면 아빠에게도 시간이 좀 필요해. 네 질문에 대답하는 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야.”
여기서 핵심은 아이가 다시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준비가 되면 아이에게 답을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는 더 큰 두려움에 떨게 될 것입니다. 애초에 질문을 만들어 낸 정보와 그때의 감정을 소화하지 못한 채 홀로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울어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감정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있고, 그럼에도 당신이 여전히 강한 부모로서 아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아이에게 알려주십시오. 당신의 감정이 아주 크더라도 말입니다. 감정은 늘 새롭게 솟기 때문에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영향을 받지만,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려 애쓰고 있고, 그러한 과정을 겪어 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자녀에게도 좋은 교훈이 됩니다.
아이에게는 사실을 명확하고 솔직하게 말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질문한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이해할 준비가 된 것이므로, 회피하지 말고 짧고 사실적으로 대답해야 합니다. 부모가 모를 때는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며 감정을 지지해 주는 것이 아이에게 큰 안정감을 줍니다. 어려운 진실을 전할 때는 천천히, 아이의 감정을 확인하며 부모가 곁에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해야 합니다. 아이와 항상 연결되어 있으면서 하나씩 해결해 나감으로써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지지하고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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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려 소장님 |
- 경성대학교 교육학과 박사 졸업
- 전) 영도중앙어린이집 원장
- 현) 브레인맘 연구소 소장
- 현) 신라대학교 미래융합학과 복지상담트랙 초빙교수 |
부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슬기로운 육아생활의 무단복제 및 전재-재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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