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못 하고 침묵하는 우리 아이, 어떻게 말하는 연습을 시킬까요?
연 심리상담센터장 김연주(육아플래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7세 유아를 둔 부모님들의 마음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합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이야기했던 영·유아 시기를 지나, 이제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엿한 학령기 어린이가 된 것이지요!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다르다던데….”라는 말 속에 많은 고민거리가 있습니다. 오늘은 많은 고민거리 중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많은 고민거리 중 의사 표현 능력을 다루는 이유는 초등학생인 학령기의 관계 환경이 영·유아기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에릭슨 이론에 따르면 영·유아기는 ‘신뢰 대 불신’, ‘자율성 대 수치심’, ‘주도성 대 죄책감’이 주된 과제로, 이 시기의 관계는 부모를 중심으로 형성됩니다. 유치원에서 좀 힘들고 속상한 일이 있었어도 부모의 위로와 격려는 아이에게 큰 힘이 되고, 부모의 반응에 따라 “이 세상이 안전한가?”, “내가 느끼는 감정과 욕구가 받아들여지는지” 배우며 힘들거나 좌절되는 상황에서도 부모가 대신 보호하고 중재해 줄 수 있습니다. 반면 학령기는 ‘근면성 대 열등감’이 과제로, 관계 역동이 부모에서 또래로 이동합니다. “나는 이 집단에서 쓸모 있는가?”, “나의 말과 행동은 존중받는가”를 또래의 반응을 통해 확인합니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위로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부모의 격려가 아이들을 온전히 보호해주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이 시기의 또래들은 성인처럼 관계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미숙한 상태에서 관계를 맺으며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거나 타인의 경계를 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때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껴도 참고 넘기는 아이들은 관계 안에서 반복적으로 손해를 보거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싫은 상황에서 “싫어요”라고 말하고, 불편할 때 “그만해”라고 표현하는 것은 또래 관계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를 지키는 중요한 행동입니다. 이러한 의사 표현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알리고, 관계 안에서 존중받는 경험을 쌓아 가게 됩니다. 그러므로 학령기 관계에서 의사 표현과 자기주장 능력은 단순한 사회성 기술이 아니라, 또래 관계 속에서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보호하며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해 나가는 중요한 심리적 자원입니다.
그렇다면 이야기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아이에게 우리는 어떻게 말하는 연습을 도와줄 수 있을까요? 아이에게 “왜 말 안 해?”, “싫으면 싫다고 해야지”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대부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감정과 생각이 없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말해야 할지, 혹은 말해도 안전할지 몰라 멈춰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때 말하기를 요구받으면 아이는 한 번 더 실패한 느낌을 받게 되고, 침묵은 더욱 굳어지기 쉽습니다. 말하는 연습은 아이에게 용기를 강요하는 과정이 아니라, 말해도 괜찮다는 안전한 경험과 구체적인 표현을 함께 알려주는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구체적으로 먼저, 말이 아닌 행동이나 눈빛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면, 그것 역시 하나의 표현임을 알아차리고 다그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때 “어떤 마음이야?”와 같은 주관식으로 질문하기보다, “속상해?”, “도움이 필요해?”, “안 하고 싶어?”와 같은 객관식 질문이 아이가 대답하기 훨씬 쉬울 것입니다. 아이가 선택지 안에서 자신의 마음을 고르며, 감정이나 생각이 언어 형태를 표현되는 경험을 선물해주세요.
다음으로, 아이의 짧은 표현에도 즉각적이고 분명하게 반응해 주세요. 한 단어로 말했거나 작은 목소리로 표현했더라도, 그 말이 실제로 상황을 바꾸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네가 말해서 멈췄어”, “네 말이 들려서 이렇게 했어”와 같은 반응은 아이에게 자신의 표현이 세상에서 기능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남깁니다. 자신의 표현이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말을 선택하는 힘을 키워 갑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침묵하는 아이에게는 구체적인 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말의 형태를 함께 만들어 주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막연하게 “말해 봐”라고 요구하지 않고 실제로 말하기 어려워하는 장면 속에서 “이럴 땐 이렇게 말해도 돼” 하고 짧고 분명한 문장을 제시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그 말이 사용되었을 때 상황이 멈추거나 조정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이 쌓일수록 침묵이 아니라, 말을 선택해도 안전하다는 믿음을 갖게 됩니다.
아이가 자신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서 다그치거나 훈련하기보다 아이 스스로 “말을 해도 되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먼저 되어주세요. 말해도 혼나지 않고, 말해도 관계가 깨지지 않으며, 말하면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는 경험이 쌓일 때, 아이의 언어는 자연스럽게 자라날 겁니다.
|
김연주 센터장 |
- 신라대 상담치료학 석사 졸/부산대 아동가족학 박사 재학
- 한국상담학회 전문상담사
- 전)부산가정법원 면접교섭 상담위원
부산시 아동보호종합센터 가족기능강화사업 전문상담사
행복한어린이병원 임상심리사/소아정신과 심리치료사
- 현) 연심리상담센터장
- 현) 부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 육아플래너 |
부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슬기로운 육아생활의 무단복제 및 전재-재배포를 금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