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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기 발달의 핵심 : 애착
홍정리(놀이치료사)
이 글에서는 생후 첫 1~2년, 즉 영아기에 형성되는 애착이 아이의 삶 전체에 어떤 토대가 되는지, 그리고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어려움이 왜 이 시기로 되돌아가 이해될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애착은 단순히 부모와 아이의 친밀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으며, 어려움 앞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정서적 기초 공사와 같습니다. ‘애착이 왜 중요한가’에서 출발해 ‘그 애착은 어떤 조건에서 자라나는가’, 그리고 ‘부모와 가정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차례로 짚어 보고자 합니다.
상담 현장에서 아이와 부모를 만나다 보면, 많은 어려움의 뿌리가 생후 첫 1~2년의 경험과 맞닿아 있음을 반복해서 확인하게 됩니다. 이 시기는 아이의 성장에서 정신 발달의 첫 단계로, 세상에 대한 신뢰·안정·희망이 형성되는 결정적인 시기입니다. 아이는 이러한 개념을 말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반복되는 정서적 경험을 통해 몸과 마음, 더 나아가 세포 깊이까지 새기듯 배워 나갑니다. 이 시기에 어떤 관계 속에 놓였는지가 이후의 발달을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이끌어 갑니다.
“세상은 나를 받아준다”는 감각의 형성
영아기에는 아이가 스스로 욕구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신 아이는 울음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누군가는 그 울음에 응답합니다. 배고프면 먹여 주고, 졸리면 재워 주며, 불편하면 안아 자세를 바꿔 줍니다. 아이는 이 과정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반복되는 ‘응답받는 경험’ 속에서 하나의 강력한 정서를 획득합니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세상은 반응한다’는 감각입니다.
이 감각은 처음에는 특정 양육자에 대한 신뢰로 시작되지만, 곧 세상 전체에 대한 신뢰로 확장됩니다. 아이에게 양육자의 품은 곧 세상이며, 이 경험이 충분히 축적될수록 아이는 이후 삶에서 좌절과 실패를 겪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적 힘을 갖게 됩니다. 애착은 단순한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가 세상을 해석하는 기본 틀이 됩니다.
‘완벽한 부모’보다 ‘지속 가능한 부모’
아이의 애착을 염려하는 부모일수록 완벽해지려 애씁니다. 상담 현장에서 만난 한 보호자는 육아 정보를 끝없이 찾아보고, 사소한 양육 방식 하나에도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마음과 달리 보호자는 점점 지쳐 갔고 웃음과 여유를 잃어 갔습니다. 그 긴장과 피로는 말없이 아이에게도 전달되었습니다. 상담에서는 종종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부모는, 탈진하지 않는 부모입니다.”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충분히 좋은 반응입니다. 아이의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 서툴더라도 다시 연결하려는 마음만으로도 부모는 점차 감을 익혀 갑니다. 육아는 평가받는 과제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라나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양육자의 정서 상태가 애착을 좌우한다
영아기의 애착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는 양육자의 정서적 여유입니다. 상담 현장에서는 산후 우울이나 만성적인 무기력으로 어려움을 겪는 보호자를 자주 만납니다. 우울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와 반응성을 떨어뜨립니다. 그 결과 아이의 신호에 즉각적이고 따뜻하게 반응하기가 점점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상담사는 아이보다 먼저 양육자의 상태를 살핍니다. “지금 이 가족 안에서 가장 먼저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질문의 답은 종종 부모 자신입니다. 보호자가 숨을 고르고 회복될 때, 아이의 불안과 행동 문제도 함께 완화되는 장면을 상담 현장에서는 자주 목격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정서를 거울처럼 비추며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애착은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다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부부 관계의 영향을 피할 수 없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는 헌신적이지만, 서로에게는 날이 서 있다면 아이는 정서적으로 안정되기 어렵습니다. 애정 깊은 부부 관계란 아이를 낳기 전처럼 둘만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버틸 수 있게 하는 관계를 뜻합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말보다 가정의 분위기로 세상을 배웁니다. 말없이 오가는 표정, 긴장된 공기, 따뜻한 협력의 태도는 아이의 마음에 그대로 스며듭니다. 안정적인 애착은 결국 화목한 가정이라는 정서적 토양 위에서 자라납니다.
애착은 아이 인생의 최소 영양분
식물의 성장은 가장 부족한 영양소에 의해 제한된다는 ‘최소량의 법칙’처럼, 아이의 발달에서도 애착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결정적인 조건입니다. 이 토대가 마련될 때 아이는 이후의 발달 과업을 감당할 힘을 얻습니다.
상담사의 눈으로 볼 때 애착은 특별한 기술이나 이상적인 조건에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충분히 좋은 돌봄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숨 쉬며 형성됩니다. 아이의 마음을 키운다는 것은 곧 부모의 삶을 지탱하고 가정의 관계를 돌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연결이 살아 있을 때, 애착은 개념이 아니라 아이 안에서 평생 살아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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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리 놀이치료사 |
- 부경대학교 유아교육 박사 수료
- 현)동명대학교 대학생 상담 및 심리평가
- 현)부경아동가족상담소 놀이치료 및 심리평가
- 현)허그맘허그인 놀이치료, 부모 및 성인상담
- 현)부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 육아플래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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