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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미디어 교육 1 - '자연과 AI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 인류세의 등장' 2026-09-01
작성자 부산센터 조회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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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AI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 인류세의 등장

    

 

덕성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 김혜영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며 2025년 들어 가장 눈에 띈 것은, 자연물과 디지털 기술이 하나의 놀이로 얽혀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산책길에서 주운 솔방울이나 나뭇잎으로 인공지능 캐릭터를 만들 때, 자연물과 화면 속 캐릭터는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속한 것이 아니었다. 자연물과 디지털의 경계는 아이들의 놀이 속에서 이미 희미해졌거나, 유기적인 공통세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포개어져 있었다.

 

이러한 장면은 단지 한 현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지난 10여 년간 아이들이 자연과 맺는 관계에서 디지털 기술이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다룬 24편의 연구를 분석한 Vella (2023)의 논문, Wired, Wild, Wonderful에서는 이와 비슷한 장면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숲에서는 만 3~4세 아이들이 작은 카메라를 매달고 걸어 들어가고, 미국 알래스카의 아이들이 웨어러블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함께 돌려보며 숲에서 있었던 일을 나누며 대화하였다. 핀란드의 한 학교 주변 숲과 마당에서 아이들이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으로 디지털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뉴질랜드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관찰 기록을 데이터로 남기며 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 이탈리아의 학교 텃밭에서는 두 아이의 기기가 가까이 놓이면 서로의 관찰 기록을 나누는 스마트 토이를 가지고 놀았다. 이 현장에서 디지털 기술은 아이를 자연으로부터 소외시키는 수단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연의 미세한 변화와 생태적 숨결을 더 깊이 감각하고 기록하며 나누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이가 자연을 만나는 바로 그 자리에, 이미 디지털이 함께 있었다.

 

이 장면들을 더욱 깊이 있게 포착하기 위해서 '인류세(Anthropocene)'라는 개념적 렌즈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본래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생태계와 지질적 체계에 광범위한 흔적을 남긴 시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유아교육에서는 인류세를 사유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연과 기술을 대립하거나 분리된 두 세계로 보지 않고 인간과 자연, 기술이 얽혀 살아가는 공통세계의 관점이 제안되어 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를 순수한 '자연의 수호자'로 세우거나, 자연을 인간이 시혜적으로 '보호해야 할 수동적 대상'으로만 한정 짓지 않는 데 있다. 인류세 시대의 생태적 시선은 인간과 기술, 그리고 생태계가 이미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로 2021년 한 연구 현장에서 만난 어린이는 대화형 AI를 두고 "집에 걸려 있는 시계와 같다"라고 표현했다. 어른들에게 AI는 놀라움이나 경계, 혹은 극복해야 할 신기술일지 몰라도, 아이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그 자리에 있던 무던한 일상의 배경이자 당연한 환경이었던 셈이다.

 

이를 회상하며, 문득 10여 년 전 대학원 시절의 기억이 겹쳐진다. 당시 한국아동숲교육학회 간사를 맡아 학술대회 자료집 표지 디자인을 준비할 때였다. 한국아동숲교육학회 학회장이셨던 나의 지도교수님께서 표지 시안을 구성하던 내게 뜻밖의 요구를 하셨다. "숲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에 로봇도 함께 그려 넣으렴." 그때의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주문이었다. '숲이면 숲이고 로봇이면 로봇이지, 숲속에서 로봇과 어우러져 노는 그림이라니?'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완성된 표지를 내놓으면서도, 내심 이상하고 어색한 그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자연과 디지털 기술이 오롯이 포개어지는 오늘날 아이들의 일상을 보며 비로소 깨닫는다. 10여 년 전 그 이상하게만 느껴졌던 표지 그림은 개인의 상상이 아니라, 다가올 시대를 내다본 지도교수님의 혜안이었음을 말이다. 숲의 숨결 속에서 AI가 시계처럼 자연스럽게 얽혀드는 오늘날, 아이들은 이미 자연과 기술이 하나로 만나는 공통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김혜영 강사님

덕성여자대학교 유아교육 박사

) 덕성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

인공지능과 유아 관련 연구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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