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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과 정서발달 1 - '낯가림은 사회성 발달의 출발점' 2026-09-01
작성자 부산센터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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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은 사회성 발달의 출발점

 

 

동명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김경미

    

오랜만에 본 친척들을 보고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이거나, 다른 친구들은 어린이집에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우리 아이는 엄마 뒤로 숨는 모습을 보게 되면, 부모는 우리 아이가 사회성이 너무 부족한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혹시 내가 잘못 키워서 그런 것은 아닌가, 커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지기도 하고 자책감마저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발달심리학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의 낯가림은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사회성이 건강하게 발달하고 있다는 첫 번째 신호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는 왜 낯가림을 할까요?

생후 몇 개월 되지 않은 아기는 누구에게나 비교적 비슷하게 반응합니다. 엄마든 이웃이든 큰 차이를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후 6~9개월 무렵이 되면 조금씩 변화가 나타납니다. 엄마와 낯선 사람을 구별하기 시작하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울거나 부모에게 안기려고 합니다. 이 시기의 아기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낯선 사람을 구별하기 시작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안으려고 하면 울음을 터뜨리거나 부모 품으로 파고드는 모습이 나타나는데, 이를 '낯가림'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당황스러운 아이의 변화에 대해 존 볼비(John Bowlby)는 애착이 형성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존 볼비는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주양육자와 가까워지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반복적으로 안아주고, 먹여주고, 달래주는 경험을 통해 부모를 가장 안전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는데, 이를 '안전기지'라고 부릅니다. 아이는 부모라는 안전기지가 생기면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탐색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만나면 다시 부모를 찾으며 안전을 확인하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낯가림은 사람을 무서워해서 나타나는 행동이 아니라 나를 안전하게 해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발달의 신호인 것입니다.

 

낯가림, 아이에게 꼭 필요한 '내 사람'의 경험

대상관계 이론을 발전시킨 심리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은 아이가 반복적으로 양육자와 안정적인 관계를 경험하면서 마음속에 안전한 대상을 만들어 간다고 설명합니다. 생후 초기의 아기는 엄마와 자신을 하나처럼 경험합니다. 그러나 일관되고 따뜻하게 돌봐주는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의 마음속에는 '엄마는 나를 안전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내적 표상이 만들어집니다. 이를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내적 대상(Internal Object)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내적 대상이 형성되면 아이는 비로소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별하기 시작합니다. , 낯가림은 관계를 맺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소중한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행동이며, 사람을 싫어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내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음을 나타내는 발달 과정입니다. 이 시기의 낯가림은 사회성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선생님을 어려워하거나, 새로운 친구 무리에 쉽게 들어가지 못하거나, 부모와 떨어지기 힘들어하는 모습 역시 같은 발달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의 낯가림은 새로운 사람과 환경 속에서 자신의 안전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부모 곁에서 상황을 살피고, 안전하다고 느껴지면 조금씩 선생님에게 다가가고, 이후 친구들과 놀이를 시작합니다. 이것은 사회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경계를 조절하면서 자신의 속도대로 관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결국 사회성은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함을 느끼는 경험에서 시작되는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안전기지가 되어주세요.

아이가 낯설어하는 모습에 부모는 인사해야지’, ‘친구들이랑 잘 놀아야지’ ‘부끄러워하지마라고 말하며 인사를 강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낯가림은 나쁜 습관이나 성격이 아니라, 관계를 신중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끼는 안전기지가 되어주는게 더 중요합니다.

 

1.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해 주세요. 처음 보는 사람이어서 조금 긴장되는구나.’라고 말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2. 부모가 안전기지가 되어 주세요. 아이를 억지로 떨어뜨리기보다 충분히 안아주고, 아이가 부모 곁에서 주변을 살필 시간을 주면 안전감을 느낍니다.

3.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 주세요. 부모가 재촉하지 않아도 아이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 스스로 한 걸음씩 다가갑니다.

 

사회성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새로운 관계를 천천히 만들어 가며, 낯선 환경에서도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넓혀 가는 힘입니다. 그 첫 출발이 바로 낯가림입니다. 생후 6~9개월에 시작된 낯가림은 부모와의 안정된 애착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그 경험은 어린이집 적응, 또래관계, 학교생활로 이어지며 평생의 사회성 발달의 기초가 됩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부모 뒤로 숨는 모습을 볼 때,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라고 걱정하기보다 우리 아이는 지금 안전한 관계를 바탕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구나라고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부모라는 가장 든든한 안전기지가 있을 때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세상과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한 걸음씩 건강한 사회성을 키워 나가게 될 것입니다.

 

 

 

 

김경미 교수님

2010.2. 전북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심리전공 박사졸업

)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연구원

) 동명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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