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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떨어지기 힘든 이유(분리불안의 이해)
동명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김경미
출근을 위해 현관을 나서는 엄마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어린이집 교실 앞에서 엄마 다리를 꼭 끌어안고 놓지 않는 아이를 보면 부모의 마음도 함께 흔들립니다. 아이가 크는 과정이라고 마음을 굳건히 먹어보지만, 울부짖는 아이를 보면 ‘이렇게 울리면서 보내는 게 맞나?’, ‘우리 아이의 분리불안이 계속되면 어쩌지?’라는 불안과 걱정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아이의 눈물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분리불안은 지나친 의존성이나 문제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주 양육자와 강한 애착 유대를 형성했으며, 부모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건강한 발달 이정표입니다.
떨어지기 싫은 것이 아니라, 안전감을 잃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어른들에게 ‘잠깐 다녀올게’라는 말은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영유아 어린아이에게 '10분 뒤', '퇴근 후', '낮잠 자고 나면'과 같은 시간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고 어려운 말일 뿐입니다. 아이들에게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은 오로지 '지금, 부모가 눈앞에 있는가'만 존재합니다. 실제 아이에게 부모는 단순한 양육자를 넘어 배가 고프면 먹여주고, 무서우면 안아주고, 속상하면 달래주는 생존의 안전기지입니다. 그러니 이 안전기지가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동의 생존 기제가 위협받는 매우 불안한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분리불안의 본질은 부모와 떨어지는 행동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안전감을 잃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공포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마음속에 내면화하는 중입니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마음속에 차곡차곡 담아갑니다. 영아기 초기에는 부모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완전히 사라졌다고 인식하지만, 점차 시각적인 확인 없이도 부모의 존재를 인식하는 대상영속성이 발전합니다. 이후 반복적으로 일관된 사랑과 보호를 경험하면, 아동의 내부에는 부모라는 존재가 긍정적인 심리적 이미지로 자리 잡습니다.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이를 내적 대상의 형성으로 설명합니다.
이 내적 대상이 마음속에 단단히 뿌리내리면, 아이는 부모가 시야에서 사라져도 ‘부모는 나를 사랑하며, 언제나 다시 돌아온다’는 강한 신뢰를 갖게 됩니다. 분리불안은 바로 이 내적 대상을 형성하고 공고히 해나가는 과정에서 겪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성장통입니다. 즉, 아이가 우는 것은 부모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부모를 마음속에 온전히 간직하는 심리적 기제를 연습하는 중인 것입니다.
독립심은 의존의 경험을 통해 자라납니다.
애착 이론을 말한 존 볼비(John Bowlby)는 안정적 애착을 겪은 아동이 자율성과 독립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충분히 의지해 본 경험이 있는 아동이 비로소 스스로 설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전기지가 확보된 안정애착인 아동은 주변 환경을 탐색할 호기심과 용기를 갖습니다. 하지만 내적 안전감이 불충분한 아이는 낯선 세계를 탐색하기보다 현재의 안전을 확인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쓰게 됩니다. 결국 독립은 의존의 반대가 아니라, 충분하고 일관된 의존을 바탕으로 자라난 결과물입니다.
부모의 정서 상태가 아이의 불안을 조절합니다.
흥미롭게도 분리불안은 아이만의 감정이 아니라, 양육자와 아이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현상입니다. 만약 부모가 어린이집 앞에서 "오늘도 너무 많이 울면 어쩌지?"라며 불안해하거나 미안함을 비친다면, 아동은 부모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긴장을 읽어내고, 위험한 상황으로 인지합니다. 반대로 부모가 단호하면서도 따뜻하게 "엄마는 일을 잘 마치고, 약속한 시간에 꼭 데리러 올 거야"라는 안정된 태도를 보이면, 아이는 부모의 정서적 안정감을 빌려 자신의 두려움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공동 정서조절’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는 아직 혼자 감정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의 안정된 태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즉 분리불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울지 마’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먼저 '우리는 다시 만난다'라는 믿음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아이의 불안을 낮추고 내적 대상의 형성을 돕는 4가지 실천 방법입니다.
1) 예측가능한 분리와 재회를 합니다 : 헤어질 때 특정 손인사 또는 가벼운 포옹 후 "오늘도 신나게 놀고 OO 시에 만나자"와 같은 명확한 신호를 만듭니다. 또한 부모는 아이가 울더라도 미안해하며 머뭇거리거나 몰래 사라지지 않도록 합니다. ‘다녀올게’라는 인사를 명확히 하고 돌아선 후, 약속한 시각을 꼭 지켜 만나는 경험을 쌓아가도록 합니다.
2)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분리연습을 합니다 : 집이라는 안전한 공간에서부터 아주 짧은 분리 연습을 시작하면 됩니다. ‘엄마 방에서 옷 갈아입고 1분 뒤에 나올게’처럼 구체적인 장소와 상황을 알리고 다시 만나는 연습을 해보십시오. 부모가 잠시 보이지 않아도 반드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몸소 체득하게 해줍니다.
3) 애착 물건을 활용해 봅니다 : 부모의 냄새가 베인 옷가지, 아이가 좋아하는 애착 인형이나 작은 손수건 등 애착 물건을 활용합니다. 이는 부모와 떨어져 있는 동안 부모의 내적 대상을 상징적으로 대체해 주어 정서적 안정을 갖게끔 도와줍니다.
4) 아이의 불안과 슬픔은 충분히 읽어주되, 떨어져야 하는 상황 자체를 번복하지는 않도록 합니다. :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슬프구나"라며 아이의 정서는 100% 수용해주되, "하지만 엄마는 일을 해야 하고, 너는 어린이 집에서 놀아야 해"라는 현실적 경계는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게 합니다.
분리불안을 겪는 시기에는 부모도 지치기 쉽습니다. 매일 울고, 매달리고, 뒤돌아보는 아이를 보면 부모도 속상하고 미안해지며 지치게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크면서 부모를 마음속에 품는 힘도 생기고, 조금씩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도 있게 됩니다. 그러니 아이가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 할 때, ‘우리 애는 왜 이렇게 의존적일까?’보다 '우리 아이는 지금 독립을 준비하는 중이구나.'라고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의 독립은 부모와 멀어질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언제나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이 생길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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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교수님 |
2010.2. 전북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심리전공 박사졸업
전)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연구원
현) 동명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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