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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미디어 교육 3 - '인공지능 시대, 왜 슬로우 페다고지인가' 2026-09-30
작성자 부산센터 조회 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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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왜 슬로우 페다고지인가

 

 

덕성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 김혜영

 

 

인공지능이 교육에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체감되는 변화는 ‘속도’다. 궁금한 것을 물으면 몇 초 안에 답이 돌아오고, 긴 글은 순식간에 요약되며, 그림과 이야기도 매우 짧은 기다림으로 만들어진다. 교육현장에서도 교사들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놀이 지원을 준비하고, 관찰기록을 정리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지금까지 교사들이 많은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했던 일들 가운데 상당 부분을 AI가 빠르게 대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이 교육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네덜란드의 교육 철학자 게르트 비스타는 ‘지름길은 없다’고 말한다.

 

“의지의 교육은 인내와 지속의 문제이며,

시간과 주의가 필요한 과정이다.

다시 말해 저항과 마주하는 일, 그리고 나와 다르고

낯선 세계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에는

지름길이 없다”(Biesta, 2012).

 

비스타가 말하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은 교육의 속도가 느릴수록 좋다는 뜻이 아니다. 그의 관심은 아이가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에 있다. 나무를 쌓았는데 자꾸 무너지고, 흙이 생각한 모양대로 빚어지지 않고, 친구가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이런 ‘저항’ 앞에서 아이는 원하는 것을 밀어붙일 수도 있고, 반대로 포기하고 물러날 수도 있다. 비스타는 이러한 관계를 만들어 가는 데에는 시간과 주의, 인내가 교육에서 반드시 필요함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도 교사도 아이를 대신하여 기다림을 경험해 줄 수는 없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AI 시대에 슬로우 페다고지(slow pedagogy)에 대한 조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앨리슨 클라크(Alison Clark)는 『Slow Knowledge and the Unhurried Child』에서 오늘날 어린이를 둘러싼 ‘가속, 서두름’의 문제를 다룬다. 학업 준비를 앞당기고, 아이의 성취를 더 일찍 확인하며, 정해진 시간 안에 더 많은 것을 해내도록 요구하는 문화 속에서 아이뿐 아니라 교사, 부모까지 점점 서두르는 존재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에 클라크는 어린이의 삶에서 시간, 속도, 리듬을 다시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여기서 말하는 느림은 오히려 배움이 깊어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허락하는 태도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슬로우 페다고지는 ‘AI를 적게 사용하는 교육’이라고 정의해서는 안 된다. 현재, 슬로우 페다고지의 매개로 테크놀로지가 활용되면서 더 깊이를 주는 교육적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에 슬로우 페다고지를 AI가 줄여도 되는 시간과 줄여서는 안 되는 시간을 구별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렇게 절약한 시간을 아이를 더 오래 바라보고, 이야기를 더 오래 듣고, 바다에 더 오래 머물고, 실패한 것을 다시 시도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조율하는 데 돌려줄 수 있다면 기술의 매개가 오히려 슬로우 페다고지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느린 것은 자연, 빠른 것은 기술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는 세상이 아닌 것을...

    

김혜영(2026). AI와 유아교육의 내용을 재구성함

 

 

김혜영 강사님

덕성여자대학교 유아교육 박사

현) 덕성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강사

인공지능과 유아 관련 연구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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