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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의 불일치가 미치는 영향
놀이치료사 이혜련
“엄마는 안 된다고 했는데, 아빠는 된다고 했어요!”
“아빠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는 그냥 하라고 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말을 듣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한 부모는 규칙과 일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부모는 자녀의 감정과 자율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 역시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면서 자라 왔기 때문에 아이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서로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부모의 양육 기준이 다른 것은 아이에게 문제가 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가 모든 것을 똑같이 일치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두 양육자를 경험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모든 상황에서 똑같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과 기준을 어떻게 조율하고 아이에게 전달하느냐입니다.
부모의 차이가 아이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가 중요합니다.
공동양육(coparenting)은 부모가 자녀를 함께 양육하며 서로 협력하고, 양육에 대한 생각을 조율하며 각자의 역할을 지지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공동양육은 부모가 항상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모의 생각이 다를 때 어떻게 조율하고, 서로의 역할을 어떻게 존중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공동양육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부모가 서로 협력하고 양육에 대해 합의하며 서로를 지지하는 경우 자녀의 적응과 긍정적으로 관련되는 반면, 부모 간의 갈등이나 경쟁, 자녀를 부모 갈등의 가운데 세우는 경험은 자녀의 정서 및 행동 적응에 어려움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즉, 아이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부모의 양육방식이 서로 다른 것 자체라기보다, 그 차이가 반복적인 갈등이나 혼란스러운 양육환경으로 이어지는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서로 다른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름을 아이 앞에서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한 일치’보다 ‘예측 가능한 기준’
영유아는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고 상황에 맞는 규칙을 이해하는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보내면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예측하기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부모는 “잠자기 전에 장난감을 정리해야 한다.”라고 말하는데, 다른 부모는 “오늘은 그냥 자도 돼.”고 하면 어떨까요?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는 상황에 따라 규칙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받아들이거나 부모에게서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예측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특히 한 부모가 정한 규칙을 다른 부모가 아이 앞에서 무시하거나, 한 부모가 아이에게 한 약속을 다른 부모가 취소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아이에게는 부모의 기준을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규칙을 부모가 똑같이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상황에서 똑같이 반응하는 부모가 아니라, 중요한 상황에서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아이를 부모 갈등의 가운데 세우지 않기.
부모의 생각이 다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상황은 아이를 부모의 갈등에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너는 엄마랑 아빠 중에 누구 말이 맞는 것 같아?”
“너희 아빠(엄마)는 왜 저렇게 해?”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단순히 부모의 의견 차이를 경험하는 것을 넘어 부모 중 한쪽의 편을 선택해야 하거나 부모 사이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부모 간 갈등에 아이가 끌려 들어가거나 부모 중 한쪽과 연합하는 형태가 반복되는 것은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 편이야, 아빠 편이야?”, “엄마가 맞아? 아빠가 맞아?”와 같은 질문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나는 두 사람 모두에게 안전하게 사랑받고 있다.” 라는 경험입니다.
부모의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그 차이의 가운데 서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의 의견이 다를 때,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입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디에 기준을 맞춰야 할까?
부모가 모든 것을 똑같이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중요한 양육 기준까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면 부모도 아이도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모든 것을 같게 하려고 하기보다는 정말 중요한 것부터 함께 정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내용은 부모가 미리 이야기를 나누어 공통된 기준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안전과 관련된 규칙
수면과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
미디어 사용과 관련된 기준
때리기, 물기 등의 행동에 대한 대응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
모든 상황을 똑같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부모는 아이와 함께 놀이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부모는 아이가 혼자 놀 수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 부모는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편이고, 다른 부모는 스스로 해볼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까지 모두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우리 가족에게 반드시 필요한 기준과 서로 달라도 괜찮은 부분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부모의 생각이 다를 때 어떻게 할 것인지도 미리 함께 정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 앞에서 서로의 양육방식을 바로 반박하지 않기, 의견이 다를 때는 아이가 없는 자리에서 이야기하기, 당장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는 “엄마 아빠가 이야기해보고 다시 알려줄게.”라고 말하기와 같은 작은 원칙을 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양육은 ‘같은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왜 당신은 저렇게 생각하지?”
서운할 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공동양육의 목표는 누가 더 좋은 부모인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아이를 위해 중요한 순간에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데 있습니다.
오늘 아이 앞에서 양육에 대한 의견이 달랐다면 “누가 맞았을까?” 보다는
“우리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를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 질문에서부터 부모의 양육은 각자의 양육에서 “우리의 양육”으로 바뀌어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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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련 놀이치료사 |
부산대학교 아동학과 박사수료
현) 부산아동심리센터 선임연구원, 놀이치료사
현) 부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 육아플래너(양육심리상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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