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녀의 안정감 프로젝트(circle of security)에 대하여
정지영(부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 육아플래너, 놀이치료사)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애착관련 이야기들이 다뤄지게 되면 많은 양육자들이 ‘나와 우리아이가 애착관계는 어떤지’에 대해 궁금해들 하신다. 기관에 전화문의를 했다는 것은 여러 이유로 나와 자녀 간 애착에 대해 호기심 혹은 위기감 등 여러 날에 걸친 많은 고민과 검색을 하셨던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이는 관계에서 느껴지는 어떤 조그마한 의심과 불안한 마음을 모른척하지 않고 뭔가를 알아보기로 한 행동을 선택하신 것을 의미하기에 나 또한 그에 적절한 대응을 잘 전달해드리고자 레이더를 더 바짝 세우게 된다.
애착은 인간의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주양육자와 자녀간에 이뤄지는 애착은 생존에 매우 중요한 요인일 뿐 아니라 향후 자녀가 청소년, 성인이 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그리고 배우자를 선택하고 그들의 자녀를 양육하는 생의 전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양육자들이 가지는 나의 자녀와의 애착관계에 대한 궁금증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대다수 애착관련 연구자들은 애착을 안정, 양가, 회피 및 혼란의 네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인간발달영역의 거의 모든 행동들은 그렇게 명확한 범주로 나눠 유형화한 구분을 하기에 모호한 면이 있는 듯하다. 이에 저명한 클레어 멜렌틴은 관계의 독특성을 고려하여 애착관계를 스펙트럼처럼 연속적으로 존재하면서 스펙트럼 상의 위치를 이동하는 모습을 갖는 것으로 설명한다. 그래서 부모가 한 자녀와는 안정애착을 형성하면서도 다른 자녀와는 좀 더 양가적인 형태의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고, 두 자녀와는 안정적 애착, 양가적 애착의 모습을 보이면서,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에서 밀쳐내고 회피해버리는 회피애착의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즉, 애착의 형태는 아동과 가족의 발달단계, 갈등과 위기의 사건들, 가족 구성원 각자의 기질적 성향에 따라 애착 스펙트럼 위에서 이리저리 이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우리 모두의 애착은 양쪽 극단 사이 어디엔가 위치하며 대부분의 관계는 스펙트럼의 어떤 지점을 왔다갔다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안정적 애착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대체로 안전한 기지를 유지하며 삶의 폭풍과 외상의 영향을 견뎌낼 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안정애착영역에 있는 사람도 삶의 어느 순간 스펙트럼의 덜 안전한 영역으로 이동하며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외상을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안정수준으로 회복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애착 스펙트럼 중 혼란쪽에 가까운 사람들은 삶의 과정에서 상실과 외상을 경험하게 되면 애착이 더 심하게 비조직화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애착욕구와 애착추구행동이 없는 것은 아니라 더욱 비적응적 행동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애착을 구성하는 주요개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서초점치료의 주요인물인 수잔존슨 박사는 4가지 구성요성을 제시한다.
첫 번째 주요요인은 안정기지(secure base)이다.
안정기지는 아동이 안심하고 주변세상을 탐험하는 동안 기지로서 역할을 하는 애착대상의 역량을 말한다. ‘이 세상은 안전해, 그리고 내가 여기 있단다. 난 언제나 널 보호하고 도울거야’ 라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 이에 아동은 부모에게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는 반복하면서 세상을 탐색하다가 편안함이 수용이 필요할 때 애착대상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배워나간다. 만약 돌아올 안정기지가 없다면 아동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어 세상탐험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세상은 무엇은 곳이라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아동은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요인은 안전한 피난처(safe heaven)이다.
안전한 항구라고도 불리는 이 요인은 아동이 불안이나 위협을 느꼈을 때 애착대상이 아동을 달래주고 위안을 해주면서 아동이 다시 세상을 탐색하기 위한 떠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재충전과 휴식처를 제공하는 곳을 의미한다.
세 번째 요인은 근접유지이다.
이는 안정감을 제공하고 위안을 주는 애착대상에게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으려는 욕구이다. 만약 아동이 양육자에게서 느끼는 근접유지가 부족한 상태라면 아동은 애착대상에게 공감, 위안, 배려의 반응을 기대하지 못하고 무관심, 폭력, 회피같은 반응을 경험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다쳤을지라도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채 얼어붙은 모습으로 조용히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의 경험에서 아이가 엄마로부터 사랑과 염려의 신호보다는 짜증과 경멸의 신호를 받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 요인은 분리스트레스이다.
애착대상과 분리될 때 일정수준의 불안과 고통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현상이다. 분리될 때 아이뿐 아니라 양육자 역시 불안을 경험한다. 하지만 분리시 느끼는 고통의 정도와 아동의 생활연령, 정서연령 등을 고려해봤을 때 적절하지 않는 분리에 대한 불안과 고통은 불안정한 관계를 암시할 수도 있다. 이것은 관계에서 무언가 훼손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아동의 애착이 그로부터 방해받고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많은 양육자와 아이들을 만나오면서 느끼고 있는 점은 양육자들은 자녀들을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전달하는 방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며 오히려 그 사랑하는 자녀의 건강한 발달을 저해하는 쪽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한다. 자녀가 안정감을 갖고 세상에 대한 탐색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며 그 과정에서 아동이 불안과 위기를 경험할 때 기꺼이 안전한 항구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양육자의 역할을 내가 지금 얼마나 하고 있는지 바라볼 때이다. 그리고 내가 바라고 원하는 자녀의 모습을 찾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아동의 모습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볼 때이다. 지금 여기서 보이는 내 자녀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존중의 마음으로 살펴보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은지, 그러한 마음이 그러한 마음이 지금 내게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할 시점이다.
참고문헌
애착기반 놀이치료(2019) Clair Mellenthin 저, 학지사
안정성의 순환개입 부모교육서(2018). Powell 등, 시그마프레스
circle of security(CoS), Marvin, Cooper, Hoffman, Powell(2002) in 안정성의 순환개입
임상심리사 정지영 |
-부산대학교 아동학 박사 수료
-임상심리사 1급
-윤슬심리상담센터 놀이치료사
-부산광역시 아동보호종합센터 놀이치료사
-부산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 육아플래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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